🌐 디지털 정글에서 내 울타리를 지키는 법 🚧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개인의 삶 전체를 위협하는 디지털 범죄 생태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억해야 할 호신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범죄 현장. 딥페이크와 피싱, 신종 스캠 수법은 이미 일상의 틈새를 깊숙이 파고들어 삶과 안전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추적하고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만으로는 빼앗긴 일상을 되돌릴 수 없다는 뼈아픈 현실이 존재한다. 사건 번호 뒤에 가려진 피해자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경기북부경찰청 박중현 수사관. 오늘도 범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피해를 막기 위한 메시지를 널리 전하고 있는 그가 말하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호신’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디지털 범죄가 심각하다고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태는 어떤가요?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종 피싱이 하나 있어요. SNS에서 부유해 보이는 계정을 팔로하면 ‘후원’을 해준다며 시나리오를 줘요. ‘부모님 잘 때 휴대폰을 몰래 가져와 패턴 풀고, 계좌 잔액 캡처해 보내라’는 식으로요. ‘100만 원 줄 테니 500만 원 기부하라’고 요구하는 갈취 수법입니다. 딥페이크도 정말 심각해요. 사진 한 장으로 음란물을 합성해주는 건데, 청소년 70%가 쓰는 디스코드 유료 채널이 주로 악용되고 있어요. 형식적인 성인 인증은 쉽게 뚫리거든요. 아이돌 합성 ‘맛보기’ 영상이 너무 리얼하다 보니 바로 결제로 이어지죠. 직접 모니터링해보니까 실시간 접속자가 600명인 방도 있었고, 모텔 몰카 같은 도촬물까지 버젓이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더라고요.


피싱이나 스캠 등 온라인 사기는 시작이 매우 사소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인이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이게 되는 주요 경로는 무엇인가요?

최근 가장 흔한 수법이 부동산 매물 촬영 알바예요. 처음엔 진짜 공실 사진을 찍어 보내면 정상 급여를 주며 안심시켜요. 그러다 정식 채용이나 해외 연수를 미끼로 비대면 계약을 맺은 뒤 ‘어느 역 몇 번 출구에서 서류 가방을 받아오라’고 지시하죠. 그 가방 속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현금이고, 받는 순간 바로 공범이 되는 겁니다. 주부들은 손부업 알바도 정말 조심해야 해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부업 광고를 보고 연락하면 계약을 핑계로 신분증과 통장을 요구하거든요. 신분증을 넘겨받으면 곧바로 대포폰을 개통하고, 이를 이용해 비대면 대포통장 개설은 물론 피해자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버려요. 부업하려다 순식간에 대출 사기 피해자가 되는 거죠. 경찰청에서는 이런 수법들을 ‘신종 스캠’이나 ‘융합형 피싱’으로 부르고 있어요.


피해자 중 구직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참작이 되나요?

체포되는 사람 중에 20대 사회 초년생이 꽤 많아요. 구직자들은 워낙 절박한 ‘을’의 처지이다 보니 노동 강도에 비해 돈을 많이 받으면서도 스스로 합리화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물어보면 대부분 ‘진짜 몰랐다’고들 해요. 한편으로는 ‘이상하긴 했는데 일당이 많으니까 그냥 했다’고 하죠. 법적으로는 바로 이걸 ‘미필적 고의’로 봐요. 예전에는 법원에서 ‘진짜 몰랐을 수 있겠다’ 하고 참작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보이스피싱이 워낙 사회적으로 알려진 범죄다 보니 초범이라도 구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없이 변형되는 디지털 범죄 생태계를 지켜보면서, 현장에서 무력감이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화나고 답답한 건 해외 기업의 공조 거부예요. 텔레그램은 CEO 체포 후 협조하기 시작했고 디스코드도 협조적이지만, 중국에서 많이 쓰는 큐큐(QQ)나 위챗은 달라요. 중국 정부가 해외 공조를 전면 거부해서 추적이 불가능해요. 일본 기업인 라인(LINE)도 딥페이크 유통망 자료를 요청했더니 ‘대사관을 거쳐 일본 정부에 요청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대사관을 거치다 보면 4년이 걸리는데, 그사이 담당 수사관이 바뀌어버리는 실정이에요. 물리적 한계도 커요. 수사관 한 사람이 30건씩 맡다 보니 총책 추적을 위해 지방청으로 이관하는 데만 3~6개월이 걸려요. 그렇게 어렵게 총책을 잡아 와도 피해 회복은 전혀 안 되고요. 사법적 정의는 세웠을지 몰라도 피해는 그대로인 현실을 마주할 때 가장 한계를 느낍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스템에서 이미 피싱이나 스캠 등 사이버 금융 범죄에 속았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가요?

현재로선 지급정지가 유일해요. 금융사기를 인지하고 지급정지까지 걸리는 골든타임이 사실 30분밖에 안 되거든요. 근데 이것도 조직원들이 다 알고 있어서 그 시간 안에 2차, 3차, 4차로 계좌를 넘기며 자금을 빼돌려요. 그러니까 인지한 순간 무조건 빨리 신고해야 해요. 요즘은 ‘112 통합콜센터’로 일원화되어 있어서 바로 신고하면 신속하게 지급정지를 걸 수 있어요. 지금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곳에서는 ‘입금정지’라는 제도도 논의 중이에요. 범죄 계좌의 입출금을 아예 다 막아버리는 거죠. 카카오페이는 이미 사이버 금융 범죄 이력이 있는 계좌에는 입금이 안 되도록 조치해둔 상태예요.


‘호신’이라고 하면 보통 위험할 때 몸을 지키는 기술을 떠올리잖아요. 디지털 공간에서의 ‘호신’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호신은 몸이 아니라 삶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봐요. 계정 하나만 털려도 요즘은 오픈뱅킹 때문에 피해가 어디까지 퍼질지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 제 네이버 주소록에 등록된 지인이 2000명쯤 되는데, 아이디랑 비밀번호만 유출돼도 저를 사칭해서 그 2000명한테 피싱 메일을 뿌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실천하는 디지털 호신술은 이메일이랑 SNS 계정을 전부 ‘이중 인증’해두는 거예요. 모르는 링크를 실수로 눌러 개인정보가 넘어가기 직전에 한 번 더 빗장을 걸어두는 유일하고 확실한 수단이니까요.


책 «인격살인»에서 “유해 정보를 삭제·차단·폐쇄할 수 있는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실제로 플랫폼이나 기업 쪽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싶나요?

사이버 범죄는 이제 경찰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어요. 범죄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건 결국 기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업들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도덕적 책임이자 의무로 못 박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국가가 기업에 요구하는 건 일 년에 한 번 내는 ‘투명성 보고서’ 정도예요. ‘우리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는 형식적인 보고서에 가깝죠. 다행히 최근 조금씩 움직임이 보여요. 카카오톡의 ‘글로벌 시그널’ 기능이 좋은 예인데, 친구 등록이 안 된 상대가 말을 걸 때 접속 국가가 해외면 경고 알림이 뜨는 식이에요. 수사기관이 몇 년 동안 요구해서 만들어진 기능이죠. 토스도 잘하고 있어요. 송금 패턴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치게 만드는데,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활용해 AI와 소비자금융보호팀이 사전에 감지하더라고요.


책에서 “피해자의 삶보다 피의자의 삶이 더 주목받는다”는 지적이 뼈아팠습니다. 현장의 이 불균형을 깨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나요?

수사 구조상 피해자는 보통 피해 경위나 금액 확인 정도로 한 번 조사받고 끝나요. 반면 피의자는 진술을 끌어내려고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하죠. 저는 예방 교육을 하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왜 그런 상황에 놓였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왜 그 순간에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거든요. 1금융권 대출이 안 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든지, 힘든 시기에 로맨스 스캠 상대의 다정한 말에 위로받았다든지요. 그런 사정이 예방 교육에서는 훨씬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행히 지금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가 전국에 있어서 심리상담과 삭제·차단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는 국선변호사 제도도 있고, n번방 사건 이후로 위장 수사 제도도 생겼고요. 수사기관이 혼자 떠안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기관이 꽤 늘었어요.


디지털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골든타임 내 해야 할 초기 대응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증거를 절대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존하는 거예요. 혹시라도 자녀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을 때 제일 먼저 알리면 안 되는 게 친구예요. 소문이 가짜 뉴스처럼 변질돼서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갑자기 스팸문자나 불법대출 광고가 늘어나면 이미 어딘가 개인정보를 입력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부모님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신분증이 분실·유출됐을 때는 낮에는 가까운 수사기관이나 지자체를 찾아가면 되고, 저녁 이후나 주말에는 24시간 온라인 신고가 핵심이에요. 신고한 날짜 이후 발생하는 문제는 면책 주장이 가능하거든요. 이걸 안 해두면 나중에 받지도 않은 대출 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의심스러운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즉시 신고하세요. 인터넷 삭제·차단 권한이 우리나라는 방심위에만 집중돼 있거든요. 다만 디지털 성범죄물은 예외로, 경찰이 방심위와 직접 연결된 핫라인으로 바로 신고·조치할 수 있어요. n번방 사건 이후 생긴 체계예요. 그리고 경찰서, 검찰, 법원 같은 공공기관은 절대 링크가 포함된 문자를 보내지 않아요.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는 절대 클릭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사이버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데 있어 목표가 있다면요?

‘사이버 범죄 예방은 경찰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이에요. 사이버 금융 범죄는 예방 시스템만 탄탄하게 구축하면 급격하게 줄일 수 있다고 봐요. 어차피 이 범죄들이 다 기술로 접근하니까, 기술로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거든요. 예방을 더 확대할 수 있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찾고 있어요. 기업뿐 아니라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이버 금융 범죄는 피의자를 구속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예방 활동을 더 확대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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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한별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