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Less, Live Better
사는 대신 빌리고, 버리는 대신 고쳐 쓰는 다채로운 생활 아이디어

새것을 사지 않는 기술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매년 더 빠르고 가볍고 선명해지지만, 그만큼 교체 주기도 빨라진다. 백마켓(Back Market)은 새 제품을 사는 대신 검수와 수리를 거친 리퍼비시 전자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게임기 등을 새 제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를 수 있고, 제품과 함께 보증 기간과 반품 정책을 안내한다. 중고 전자제품을 ‘불안한 선택’이 아니라 믿고 살 수 있는 대안으로 만든 것이 핵심이다. 최신 제품을 가장 빨리 손에 넣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오래 쓰는 것이 더 실속 있는 선택이다. 개인의 지출을 줄이는 일이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일과도 연결된다.

냉장고 속 남는 것의 쓸모
집집마다 냉장고에는 애매하게 남은 식재료가 있다. 아직 먹을 수는 있지만 혼자 다 쓰기엔 많고, 버리기엔 아까운 음식들. 올리오(OLIO)는 이런 잉여를 이웃과 나누게 하는 로컬 공유 앱이다. 근처에서 무료로 나눔 중인 음식이나 생활용품을 확인하고, 직접 만나 수령할 수 있다. 슈퍼마켓이나 카페에서 남은 식품을 자원봉사자가 수거해 지역 주민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버릴 뻔한 빵 한 봉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식비를 줄여주는 장보기가 된다. 올리오는 절약이 꼭 혼자 아등바등 줄이는 일이 아니라, 주변의 남는 것을 서로 연결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무실 가구, 필요한 만큼만
회사 규모나 일하는 방식이 바뀔 때마다 사무 가구를 새로 사려면 비용도, 관리도 만만치 않다. 노노름(NORNORM)은 오피스 가구를 구매하는 대신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업은 월 구독료를 내고 책상과 의자, 수납장, 소파 등 필요한 가구를 공간에 맞게 구성하는 것은 물론, 교체와 유지 관리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여 사무 가구를 채우지 않아도 되고, 쓰임이 끝난 가구는 회수되어 다른 공간으로 보내진다. 사무실을 소유한 물건의 집합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정되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적게 사고 유연하게 쓰는 일이 기업의 비용 절감과 자원 절약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고쳐 입으면 충분한 옷장
옷장 속에는 버리기엔 아깝고, 그대로 입기엔 머쓱한 옷들이 있다. 작은 구멍이 난 니트, 굽이 닳은 신발, 손잡이가 해진 가방처럼 조금만 손보면 다시 쓸 수 있는 물건들. 더심(The Seam)은 의류와 신발, 가방의 수선과 복원을 전문가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고치고 싶은 물건의 상태를 전달하면, 수선 장인과 연결돼 알맞은 방식으로 복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새것을 사는 것보다 좋아하는 물건을 고쳐 쓰는 편이 더 경제적일 때가 있다. 더심은 수선을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오래 쓰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실용적인 선택으로 바꿔놓는다.

‘떨이’가 환영받는 서비스
하루 장사가 끝난 뒤에도 빵집과 카페, 식료품점에는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남는다. 투굿투고(Too Good To Go)는 이 잉여 음식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앱이다. 주변 매장의 ‘서프라이즈 백’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고, 정해진 시간에 음식을 픽업하는 구조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은 약간의 불편이자 작은 재미가 된다. 매장은 버리는 음식을 줄이고, 소비자는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얻는다. 식비를 아끼려는 개인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가치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재활용으로 투잡
분리배출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바우어(Bower)는 이런 재활용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다 쓴 포장재의 바코드를 스캔해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확인하고, 실제로 분리배출을 완료하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기부하거나 쿠폰과 리워드로 전환할 수 있어 재활용을 작은 보상 경험으로 바꾼다. 잘 버리는 일도 생활비를 아끼는 습관처럼 꾸준히 이어가려면 동기가 필요하다. 바우어는 개인의 작은 절약 감각을 포장재가 다시 자원으로 돌아가는 흐름과 연결한다.

새 옷 대신 누군가의 옷장
빈티드(Vinted)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중고 패션 마켓플레이스다. 옷장 속에 잠들어 있던 재킷과 원피스, 아이 옷과 액세서리는 플랫폼을 통해 다시 판매되고 다시 입힌다. 빈티드가 흥미로운 지점은 중고 거래를 ‘아껴 쓰는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쇼핑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검색과 결제, 배송 과정을 간편하게 정리해 앱 사용자는 새 옷을 사듯 중고 의류를 고를 수 있다. 새 옷을 사는 비용은 줄이고, 이미 생산된 옷의 쓰임은 늘어난다. 누군가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사람의 취향이 되는 방식, 패션 저소비의 가장 현실적인 형태다.
사진 제공 노노름, 더 심, 바우어, 백마켓, 빈티드, 올리오, 투굿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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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홍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