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 Days
나답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한그루의 이대로도 충분한 하루

지금의 계절과 딱 어울리는 무드를 담아 촬영을 했어요. 집에서 쌍둥이를 육아하다 카메라 앞에 서니 남다른 느낌이 들었겠어요.
예전에는 촬영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는 현장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콘셉트로 촬영하게 될지 생각하면서 설렜죠. 이제 일하러 갈 때면 소풍 가는 기분이 든달까요.(웃음) <주부생활>은 어릴 때부터 정말 자주 보던 잡지거든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올해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그루니까말이야’를 통해 직접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해보니 어떤가요?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많았어요. 누군가는 제 일상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요. 게다가 인테리어가 잘되어 있는 집이 아니라서 공개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어요. 그릇이라도 새로 사야 하나, 뭔가 더 꾸며야 하나 싶기도 했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갑자기 무언가를 꾸며서 보여주는 건 가짜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다들 그렇게 산다’며 공감해주셨죠.

아이들이 거실 한가운데 설치한 해먹에서 자연스럽게 플라잉 요가를 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평소 아이들과는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밖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다니곤 해요. 집에서는 함께 자주 가구 배치도 바꾸고요. 어제도 식탁 위치를 바꾸고 조명 켜놓고 같이 밥 먹었어요. 여름에는 한강에도 자주 가요. 제 차가 레이인데 뒷자리를 접으면 약간 캠핑카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차 안에서 라면도 먹어요.(웃음) 저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게 가장 편해요. 자는 시간부터 일어나는 시간까지 생활 전체를 아이들에게 맞추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성격이나 태도를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전에 몰랐던 나의 모습을 매일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달까요.

아이들과 에너지 넘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결국 체력이 받쳐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운동 덕분인가요?
그럼요. 오늘 아침에도 운동하고 왔어요. 예전처럼 하루에 세 가지 운동까지는 못 하지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하나씩은 꼭 하는 편이에요. 운동을 하는 이유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살을 빼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런 외적인 미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실제로 몸무게가 42kg이었던 적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보여지는 몸보다는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는 맛있는 걸 잘 먹으면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죠.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쯤 운동을 거르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요?
물론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운동을 쉬어보니까 정말 금방 게을러지더라고요. 움직이기 싫어지고, 아이들이 나가자고 해도 귀찮아지고요. 그게 일상 전체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반대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몸이 계속 움직여요. 아이들과도 더 잘 놀아주게 되고 집안일도 더 활기차게 하고요. 그래서 귀찮아도 운동을 계속하게 돼요.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일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일과 육아가 분리된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받은 에너지가 일을 할 때도 큰 힘이 되거든요. 아이들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또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도 더 감사하게 되죠. 그래서 일도 예전보다 더 즐기면서 하고 있고요. 일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집에 돌아가면, 제 일을 이해해주는 아이들에게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일과 삶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 아닌데, 참 감사한 일이에요.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

복귀 이후 배우로서의 고민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은 굉장히 애매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린 역할을 하기에도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엄마 역할을 맡기에는 또 그렇게까지 보이지 않는 것 같죠. 그러다 보니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 들고, 계속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결국은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매일매일 하는 고민도 결국 그 지점인 것 같고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결국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배우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앞으로 어떤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이제는 오히려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앞으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역할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저 스스로도 궁금해요. 특히 엄마가 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을 많이 경험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감정선이나 삶의 결이 느껴지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어요.

엄마가 된 이후 내면이 달라진 만큼, 연기할 때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변했나요?
아무래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잘 몰랐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 감정들이 조금씩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면 아이를 훈육하고 돌아서서 혼자 우는 부모의 마음 같은 거요. 정말 부모의 마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또 그런 사랑을 받는 것 자체가 돈으로도, 누군가의 이야기만으로도 배울 수 없는 감정이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감정의 깊이나 이해의 폭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 삶에서 새롭게 깨닫게 된 가치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뭐든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을 할 때도, 연기를 할 때도, 실제 삶에서도요. 사람도 많아야 하고, 보여지는 것도 화려해야 하고, 뭔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덜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연기도 자연스러운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오고, 삶에서도 진짜 내 편인 한두 명이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많이 채우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게 더 가치 있다는 걸 점점 배우고 있어요. 제 삶이 예전보다 훨씬 단순해지고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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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ditor 박유은
Feature Editor 김희성
Photographer 박재영
STYLING 이정아
HAIR 김하나(에이바이봄)
MAKE-UP 임유정(에이바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