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다른 라이프
아파트멘터리 대표 김준영아파트는 겉보기엔 모두 평면과 비슷한 구조의 획일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취향과 일상의 리듬까지. 아파트멘터리는 바로 그 차이에 주목한다.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제약 속에서도 각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담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나만의 경험이 쌓이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이유다. 아파트멘터리는 단순히 벽과 가구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집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방식과 가족의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고, 제한된 공간과 구조적 제약을 오히려 창의적인 설계의 시작으로 바라본다. 같은 구조의 아파트 안에서도 전혀 다른 삶의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아파트멘터리가 보여주는 집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아파트라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여러 주거 환경을 접했어요. 한국에서는 아파트와 빌라에 살았고, 독일과 미국에서는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봤죠. 이렇게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집이라는 환경이 삶이나 생각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에요. 특히 아파트가 흥미로웠어요. 효율적이고 편리한 동시에 비슷한 구조 안에서도 각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형태를 넘어 한국만의 생활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인테리어를 포함해 공간을 바꾸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하게 느껴졌어요. 삶의 중요한 공간을 다루는 일인 만큼 더 나은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파트멘터리에서 고객들의 공간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파트멘터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아파트멘터리는 ‘공간을 통해 삶을 더 좋게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저희 슬로건이 ‘Space Betters Life’인데, 공간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 방식과 하루 경험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파트멘터리는 ‘같은 아파트, 다른 라이프’를 이야기해요. 비슷한 구조라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경험을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이런 점에서 단순한 인테리어 회사가 아니라, 아파트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10년간 아파트 리모델링 데이터를 보면 공간 구성이나 선호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 내 공간은 각각 정해진 역할과 방식이 있었어요. 거실 벽 중앙에는 TV가 있고, 맞은편에는 가족 구성원에 맞춘 소파가 있었죠. 그리고 주방은 요리와 식사를 위한 공간, 침실은 휴식을 위한 공간처럼 각 공간의 역할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어요. 거실을 서재처럼 꾸미거나 갤러리처럼 활용하는 집만 봐도 그렇죠.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집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가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앞으로도 이 흐름은 두드러질 것 같아요.
특정 시기에 유독 많이 요청된 공간이나 구조가 있나요?
그런 요구들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고요. 코로나19 시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서재나 작업 공간에 대한 요청이 많아졌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사 공간을 좀 더 여유 있게 만들거나 홈 바 같은 공간을 구성하는 사례도 늘었고요. 또 대면형 주방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을 넓게 구성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요즘은 메인 주방과 보조 주방, 혹은 팬트리 공간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팬트리를 만들기 위해 방 크기를 줄이거나 일부 공간을 할애하기도 하고요. 발코니를 세탁, 건조, 수납까지 가능한 런드리룸으로 꾸미는 집도 있죠. 이런 변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단순히 넓은 공간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세분화하고 활용하고자 한다는 걸 느껴요.

이러한 아파트의 변화를 한국 주거 문화의 전환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런 변화는 인테리어 트렌드라기보다 확실히 주거 문화의 전환에 가까워요. 과거에는 공급자 중심으로 정해진 구조와 방식에 맞춰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게 공간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요구가 훨씬 분명해지고 있어요. 생활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파트멘터리는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인테리어 회사를 넘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이야기를 공간으로 구현해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각자의 삶에 맞는 다양한 생활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앞으로 저희가 제안하고 싶은 주거 방향이에요.
실제 프로젝트에서 공간을 바꾼 뒤 거주자의 생활 방식이나 가족 관계가 달라진 사례가 있나요?
자녀가 성장하면서 각자가 욕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욕실 수를 늘리거나, 부부의 출근 시간과 생활 패턴이 달라 안방에 가벽을 세워 수면 공간과 드레싱 공간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선과 수납, 가구를 새롭게 설계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생활 방식에 맞게 공간을 바꾸면 만족도가 높아져요. 이런 사례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인테리어는 단순히 구조를 바꾸거나 마감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다시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에요. 저희는 공간을 고민할 때 제약이나 예산, 디자인보다 먼저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이 과정 자체가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각자의 생활 패턴과 취향을 이야기하고 조율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가족의 삶과 관계를 담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지거든요. 그럴 때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느껴요.(웃음)

어떤 집을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좋은 집’이란 화려한 집보다 편안한 집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좋은 집이죠. 거기에 나만의 취향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면 더 좋고요. 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이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나 자신이 더 좋아지고 있는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집은 좋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는 기본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그 제약 안에서 오히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약이 오히려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아파트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더 고민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층고가 낮은 집에서는 천장을 노출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거나, 주방과 방의 위치를 바꿔 전혀 다른 생활 동선을 만들기도 해요. 또 철거할 수 없는 하부 내력벽을 활용해 윈도 시트 같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런 작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집이 많아요.
앞으로 5년, 10년 뒤 한국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 같나요?
아파트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보다는 그 안에서의 생활 방식이 더 다양해질 것 같아요. 이미 집은 단순히 쉬고 자는 공간을 넘어, 일하고 취미를 즐기고 사람을 만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 있죠. 앞으로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은 계속될 것 같고요. 결국 각자의 삶의 방식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맞춤형 생활 공간이 되어가지 않을까요?
AI, IoT, 스마트홈 기술이 점점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이런 기술들이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가족 간의 관계나 생활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파트멘터리는 이 부분에서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나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기술은 눈에 띄게 드러나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의미가 있다고 봐요. 아파트멘터리는 AI 홈과 IoT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LG전자와 MOU를 체결하며 AI 홈 관련 서비스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죠. 기술이 집 안의 관계와 생활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그 접점에서 계속 고민하고 풀어나갈 계획이에요.

리모델링이 처음인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속 이상적인 집 이미지나 막연한 예산 계획만 가지고 상담하러 오기도 할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처음 리모델링을 계획한다면, 예산 문제나 제약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집을 바꾸는 경험은 살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예산이나 제약보다 정말 원하는 집의 모습과 생활 방식을 충분히 그려보길 권해요. 그렇게 꿈을 펼쳐놓은 뒤 하나씩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며 좁혀가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요.
앞으로 아파트멘터리가 설계하고 싶은 한국인의 ‘살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파트멘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Everyday Makers’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변화보다는 평범한 하루가 조금씩 더 좋아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죠. 저희가 생각하는 주거의 방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릴 때 살던 집을 떠올리면 인테리어나 구조보다도 그 안에서 보낸 시간이나 추억이 먼저 그려지잖아요. 그래서 아파트멘터리가 설계하고 싶은 한국인의 ‘살이’는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돌아보면 “그 집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속에 오래 남는 집이에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장면이 쌓이는 장소가 되고, 평범한 하루가 조금씩 더 좋아지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Everyday Makers’예요. 공간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웃음)
#아파트멘터리 #리빙 #라이프스타일 #인터뷰 #주부생활 #주부생활매거진
Editor 제민주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