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하나로 전국 제패, 김나리

 


어떤 이들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그 이탈을 통해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낸다. 몬트쿠키 김나리 제과장규율이 지배하는 해군이라는 세계에서 섬세한 맛의 결을 설계하는 디저트의 세계로 삶의 키를 돌렸다. 그가 개발한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는 출시 이후 한국 디저트 시장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오픈과 동시에 품절을 반복하고 주재료의 수요를 흔들며 ‘두쫀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렇게 형성된 거대한 현상의 중심에는 반죽의 질감과 단맛의 강도를 묵묵히 조율해온 김나리 제과장이 있다. 빠르게 뜨고 사라지는 디저트 신 한가운데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열풍의 시간을 지나왔을까.




해군 출신이라는 이력이 무척 강렬합니다. 군인이라는 엄격한 세계에서 쿠키를 굽는 디저트 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시작은 무척 단순했어요. 취미 삼아 베이킹을 오래 해왔는데, 전역을 앞두고 ‘지금 아니면 언제 제대로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원래 손으로 뭔가 만지는 걸 좋아해서 반죽을 치대고 모양을 잡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베이킹이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재미있고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몬트쿠키 이윤민 대표와는 군대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맺어진 인연이 어떻게 디저트 비즈니스 파트너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군대에 있을 때부터 대표님이 사람을 잘 챙기셨어요. 저희가 막내이기도 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계속 연락하며 지냈죠. 제가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계셨고, 예전에 방향제 같은 걸 만들던 취미도 그냥 편하게 지켜봐주셨어요. 군대에서 함께 지내면서 느낀 건, 뭔가를 정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어요. IT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혼자서 계속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일에 임하는 태도가 되게 단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거창하게 계획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같이 한 번 해볼까”라는 이야기가 오갔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군인으로서 일하던 환경과 지금의 제과 현장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른 점을 꼽는다면요?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던 때와 지금의 현장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차이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군대에서는 구조적으로 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제 의견이 곧 가게를 만들어가는 기준이거든요. 그래서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커요. 대신 그만큼 책임감도 따르죠. 그 책임감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금의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기도 해요.

 

엄격한 군 조직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강점이라고 느낀 성격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환경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무던한 성격이 제일 큰 강점인 것 같아요. 군대에서도 그 성격 덕분에 크게 위축되지 않았고, 제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편이었어요. 특별히 잘하려고 하기보다,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그걸 꾸준히 이어가려는 태도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없던 ‘두쫀쿠’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디저트 시장의 흐름을 바꿨죠. 두쫀쿠가 탄생한 순간부터 그것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세요.

원래 저희는 ‘쫀득 쿠키’가 유명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단골손님이 두바이 초콜릿 버전의 쫀득 쿠키를 먹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카다이프였어요. 카다이프는 바삭한 식감이 생명이거든요. 특히 저희는 온라인 주문 위주라 언제 먹을지 알 수 없으니까, 바삭함을 오래 유지해야 했거든요. 처음에는 쫀득 쿠키 반죽 사이에 카다이프를 넣어봤지만 결국 눅눅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대표님과 테스트하던 과정에서 마시멜로로 카다이프를 만두처럼 감싸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바로 만들어본 형태가 지금의 두쫀쿠예요. 최대한 카다이프의 바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는 것, 그게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두쫀쿠가 큰 인기를 얻고 나서 무척 바빠졌을 텐데, 요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하루의 시작은 항상 출고 준비예요. 가장 먼저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정리하고 작업 지시를 해요. 부족한 재료가 없는지도 체크하고요. 출고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확인을 하죠. 주문 제품이 안정적으로 출고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 신메뉴 테스트나 샘플 테스트를 해요. 샘플 재료를 하나하나 테스트하는 것도 일과의 일부예요. 작업이 많다 보니 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언제 쉬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지만 크게 힘들진 않아요. 일이 재미있는 데다 잘 자고 잘 먹어서인 것 같아요. 두쫀쿠 제조는 보통 오전 8시쯤 반죽을 시작해 빠르면 저녁 7시, 늦으면 11시나 12시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직원들 40명이 하루 최대 3만 개까지 만든 적도 있고요. 마감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거의 꽉 차죠.

 

하루 종일 반죽을 만들고 소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클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기계를 도입했어요. 아직은 적응 단계라 반죽을 감싸는 기능까지는 사용하지 못하고, 소분기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두쫀쿠는 반죽을 일정한 무게로 나누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 작업을 기계가 대신해주면서 생산 효율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다만 반죽 자체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원하는 질감과 밀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과정이라 자동화와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디저트는 유독 ‘공감’과 ‘취향’의 비중이 큰 분야죠. 맛의 디테일을 잡는 본인만의 노하우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원래 디저트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단것을 즐기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먹었을 때 ‘이건 진짜 맛있다’라고 느낀 맛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좋아해주더라고요. 그것이 오히려 제 강점이 된 것 같아요. 베이킹을 할 때도 담백한 쿠키나 피낭시에처럼 기본에 가까운 디저트를 주로 만들었거든요. 이런 제 성향에 맞춰 맛의 강도를 조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적인 맛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저트 업계는 겉으로 보기엔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현장이기도 하죠. 파티시에는 어떤 일을 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파티시에는 생각보다 훨씬 꼼꼼함이 필요해요. 작은 실수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주 세심해야 하고요. 밀가루나 설탕처럼 무거운 재료를 옮겨야 하는 만큼 육체적인 노동도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여기에 재료의 온도나 습도 같은 환경 요소도 굉장히 예민하게 작용하다 보니 계속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업해야 하죠. 몸으로 버텨야 하는 부분도 크고, 계속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라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기분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기쁨이 되는 순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몸을 쓰는 노동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다고 느껴요.

 

내가 만든 제품이 소비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경험은 흔치 않죠. 개인에게도 큰 성취이자 커리어의 전환점이 되었을 것 같아요. 두쫀쿠 이전과 이후의 삶이나 일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아무래도 이전보다 훨씬 바빠졌다는 거예요. 더 많이 뛰어다니고, 해야 할 일도 늘었죠. 그런데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훨씬 커졌고요. 가끔은 이게 정말 현실이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고마운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 혼자 이룬 결과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 겸손함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하고 있어요.

 

유행이 지나간 뒤를 고민해야 하는 책임도 생겼을 것 같아요. ‘넥스트 두쫀쿠’에 대한 고민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요?

두쫀쿠가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새로운 디저트에 대해서도 대표님과 계속 의논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출시하자마자 품절된 이탈리안 쫀득 쿠키가 있어요, 페레로 로쉐를 연상시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쫀득 쿠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또 곧 스트로베리 쫀득 쿠키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개인적으로 딸기를 좋아해서 딸기 우유 맛을 떠올리며 만든 제품이에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두쫀쿠 레시피가 전국 카페의 매출 돌파구가 되었습니다. 내 레시피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저희는 원래 장사가 잘되던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해 만든 두쫀쿠 레시피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순간에 힘이 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지금의 두쫀쿠 인기는 함께 만들어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저희만 만들고 판매했다면 이렇게까지 전국적으로 유행이 이어지진 않았을 거예요. 각자 카페의 개성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주셨고, 그 다양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건 또 어떤 맛일까’ 하고 한 번 더 궁금하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레시피나 아이디어로 세상에 도전하려는 수많은 자영업자와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창업을 선택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일이라면 하루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창업에 대해서는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봤으면 해요. 그 고민하는 과정 자체도 결국 도움이 된다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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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 김희성, 오한별, 권아름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