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with Touch

AI에게 끝내 넘기지 않는 일들

 



현실 감각을 상기시키는 사진

AI 이미지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폴라로이드는 아날로그 경험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개인이 상상하는 이미지를 AI가 빠르고 손쉽게 생성하는 시대지만, 폴라로이드는 사진을 기술적 재현이 아닌 기억의 물성과 감각을 다루는 매체라고 강조했다. 도심과 공항, 테크 매장 앞에 옥외광고를 설치해 ‘릴스가 아닌 진짜 이야기(Real stories, not stories & reels)’라는 카피로 알고리즘이 대체하지 못하는 현실의 감각을 드러냈다. 캠페인은 소비자 참여 프로그램으로도 확장했는데, 참여자들은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은 채 도시를 탐험하는 폰-프리 투어를 통해 폴라로이드로 촬영한 사진을 엽서로 인쇄해 우편으로 발송하는 체험을 했다.

 

고도의 서비스는 사람의 손에서

메리어트의 CEO 서니 카푸아노(Anthony Capuano)가 최근 미국의 기업가 데이비드 노박(David Novak)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덜어줘서 직원들은 손님이 왜 여행을 왔는지, 그들이 어떤 감정과 필요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AI와 키오스크를 통해 체크인·결제·룸서비스·정보 제공 등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는 반면, 버틀러·컨시어지·소믈리에처럼 인간의 수고가 가치로 전환되는 서비스는 오히려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AI를 효율의 도구로 사용하되 관계와 경험의 층위는 사람에게 남기는 방식으로, 서비스 산업의 양극화된 기술 채택 구조를 보여준다.

 

현실의 아름다움을 담은 패션

아메리칸이글의 자회사 에어리(Aerie)는 지난해 10월 “AI로 생성한 인물이나 신체는 절대 광고 이미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에어리가 지향해온 ‘현실의 아름다움과 신체를 있는 그대로’의 미학을 확장한 것으로, AI를 통해 인물을 생성하거나 보정하는 것이 그간 쌓아온 진정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본 결과다. 에어리의 이러한 선언이 담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내 수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AI 생성 이미지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목적과 방향의 키를 쥔 인간

반도체와 인공지능 모델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AI 산업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 지난 10년 사이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역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AI가 작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목적은 인간이 결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품의 기획, 전략, 책임 등과 같은 영역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그 어떤 직업도 AI가 100% 대신할 수는 없음을 상기하게 된다. 결국 모든 작업에서 인간이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목적,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진정한 아름다움을 향한 약속

도브는 지난 20여 년간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통해 개개인이 지닌 다양한 아름다움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AI가 생성하거나 왜곡한 미의 기준 대신 현실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쪽으로 캠페인을 확장하고 있다. AI가 온라인에서 비현실적 미의 기준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여성들에 대한 외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글로벌 보고서를 근거로, 도브는 앞으로 광고에서 AI 생성 인물과 AI 수정 인물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캠페인에는 영국 가수 제시 제이도 참여해 비현실적 기준 때문에 경험한 외모 압박과 이미지 관리 부담을 공개하며 ‘진짜 아름다움’을 지지했다.

 

진정한 환대는 사람으로부터

쉐이크쉑은 2023년 칠레의 푸드 테크 스타트업 노트코(NotCo)와 협업해 AI가 개발한 비건 패티 버거 ‘베지 쉑’을 출시한 이후 생성형 AI 마케팅, 수요 예측, 인력 관리 등 다양한 프로세스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주문·결제 시스템에 키오스크와 AI 기반 솔루션을 도입해 효율을 끌어올렸지만, 쉐이크쉑 CEO 롭 린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을 향한 진정한 환대는 인간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직원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대신, 고객의 니즈를 듣고 설명하고 배려하는 감정적 상호작용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본질을 되살렸다.

 

보물찾기하듯 물건을 찾아 헤매는 손님들

다수의 글로벌 유통 업체가 앱과 AI 추천 기술로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는 가운데 트레이더조는 고객과 직원의 직접적 만남에 집중한다. 매장 내 대화를 통한 제품 추천 방식을 유지하며, 쇼핑의 즐거움을 온라인 화면이 아닌 물리적 공간에서 찾도록 유도한다. 트레이더조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별도 앱도 운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물찾기처럼 제품을 발견하는 매장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여긴다. 이 전략은 기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발견의 경험을 차별적 가치로 삼는 방식이다.

 

맥주잔을 부딪히며

하이네켄은 여느 주조 회사보다 빠르게 맥주 제조 공정에 AI를 도입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분석을 통해 영업·물류·프로모션을 최적화하며, 임직원들이 더 가치 있는 고객 중심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AI가 인간의 사회적 맥락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유머러스한 캠페인으로 선보였다. 뉴욕 도심에 옥외광고를 설치한 하이네켄은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맥주 한 잔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맥주잔을 사이에 둔 인간적 상호작용의 가치를 강조했다.

 

AI는 조종석에 앉지 않는다

글로벌 항공 기업 보잉은 설계, 시뮬레이션, 결함 탐지에 AI를 적극 도입해 항공기 품질을 높여왔다. AI를 통해 배선 길이를 최적화하고, 체결 토크를 계산하며, 비전 검사를 통해 표면 결함을 식별하는 등 항공기 조립에서도 탁월한 기술력을 쌓아왔다. 뒤이어 자율 비행 기술까지 개발 중인 보잉이지만, 비행의 최종 판단과 비상 상황 대응만큼은 여전히 조종사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항공 산업 전반에서 안전 관련 규제와 책임을 인간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

 

사진 출처 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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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