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Opened Doors

낙담의 이면에 드리운 성공의 시그널을 알아채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이다.
기록하고 공유해야 하는 실패의 자산
3M의 포스트잇(Post-it)은 실패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접착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실패작으로 분류될 수 있었던 접착제를 3M은 버리지 않고 연구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고, 이는 결국 새로운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경험 이후 3M은 실패를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축적의 자산으로 다루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연구일수록 기록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강화된 것. 이러한 태도는 차세대 인재 교육으로도 확장되었다. 3M 젊은 과학자 챌린지(3M Young Scientist Challenge)는 문제 설정부터 가설 수립, 반복 실험과 실패의 기록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정답’보다 사고 과정과 재도전의 집요함을 강조한다. 3M은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닌 탐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어릴 때부터 체득하게 한다.
두 번째 커리어
필 나이트와 함께 나이키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인 하워드 H. 화이트는 실패 이후에야 비로소 인생의 방향을 찾은 케이스다. 대학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고, 재활 훈련을 받아 복귀하는 대신 스포츠 산업으로의 진입을 선택했다. 나이키에 합류한 이후 화이트는 마이클 조던과 브랜드의 관계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으며, 조던을 단순한 스타 선수가 아닌 하나의 세계관과 철학을 지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2023년 나이키는 하워드 H. 화이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니셜을 딴 에어 조던 2 ‘H’ 윙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선수로서의 좌절이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역사에 남는 전환점이 된 셈이다.
선택과 집중의 서사
미니멀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어온 애플 역시 한때 제품의 가짓수가 늘어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1990년대 중반 애플의 라인업에는 프린터와 PDA, 수차례 변주된 퍼포마 시리즈가 뒤섞여 있었고, 회사가 무엇에 집중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뒤 가장 먼저 택한 전략은 새로운 제품의 추가가 아니라 기존 제품의 정리였다. 그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소비자와 전문가라는 네 개의 축으로 제품군을 단순화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중단했다. 애플은 이 과정을 통해 다시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었고, 이후의 혁신은 이 단순화 전략을 기반으로 전개됐다.
완전한 성공은 없는 법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세상에서 실패하기 가장 좋은 곳’로 정의해왔다. 아마존은 실패를 예외로 취급하지 않는다. 실패를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비용으로 계산한다. 제프 베이조스는 주주 서한에서 “큰 성공을 하려면 큰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존의 조직 운영과 투자 판단을 직접 이끈다. 아마존은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역시 완성된 결과물로 전제하지 않는다. 실패 가능성을 포함한 실험 과정을 시장에 공개하며 가능성을 가늠한다. 아마존은 실패를 전제로 한 구조 위에서 성장을 이루어왔다.
실패를 대하는 구글의 자세
실패를 숨기기 급급한 여느 기업과 달리 구글은 서비스의 종료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구글플러스(Google+), 스태디아(Stadia)를 비롯해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그 이력은 보도자료와 공식 블로그, 개발자 문서에 남겨졌다. 구글이 종료한 서비스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일명 ‘구글 무덤(Killed by Google)’ 같은 아카이브가 생겨났을 정도다. 중요한 것은 종료의 빈도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방식이다. 구글 내 실험은 성공을 전제로 진행되지 않으며, 서비스의 종료 역시 개인이나 팀의 실패로 귀결되지 않는다. 중단은 책임을 묻기 위한 결론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얻은 판단의 결과로 다뤄진다. 실패를 감추거나 미화하기보다 실험과 검증, 종료까지를 하나의 정상적인 업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
우리는 끝까지 간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최소화하기보다 실험을 극단까지 밀어붙일 수 있도록 조직과 개발 방식을 설계한 기업이다. 로켓 발사 실패와 지상 폭발을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검증 과정의 일부로 인정하며 대중에게 가감 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다음 실험을 위한 데이터로 즉시 전환했다. 초기 팰컨 1(Falcon 1) 발사는 연속 실패했지만, 이 경험은 재사용 로켓이라는 장기 목표를 향한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다. 빠른 설계와 실제 테스트, 실패를 통한 수정을 반복하는 구조는 스페이스X의 기본 리듬이다. 오늘날 스페이스X의 명성 역시 이러한 개발 태도에서 기인한다.
미키 마우스라는 확고한 기준
세계적인 캐릭터 브랜드를 구축한 월트 디즈니의 전환점은 성공이 아니라 상실에서 시작됐다. 그는 초기 히트 캐릭터였던 오스왈드 더 러키 래빗(Oswald the Lucky Rabbit)의 판권을 불리한 계약 조건으로 잃었고, 함께 일하던 인력 상당수도 떠나보내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월트 디즈니는 ‘캐릭터와 세계관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 판권을 잃은 직후 탄생한 미키 마우스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창작과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되찾게 한 결정적 모멘텀이 되었다. 어쩌면 디즈니의 성장은 예술적 천재성보다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은 판단에서 출발했다.
오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
인텔의 실패는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는 데에서 시작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던 시기, 인텔은 모바일 칩 시장에서 ARM(Advanced RISC Machines) 생태계에 밀리며 주도권을 내주었다. ARM은 배터리를 적게 쓰는 가벼운 구조를 앞세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함께 빠르게 확산됐지만, 인텔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강했던 기존 방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인의 일상적인 기기가 된 스마트폰이라는 핵심 플랫폼을 놓쳤다. 이후 인텔은 모바일 시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방향을 재정립했다. 실패한 전략을 정리하는 판단 역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전의 빌 게이츠
20세기 문명의 흐름을 바꾼 빌 게이츠 역시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훗날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과 함께 교통량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 트래프오데이터(Traf-O-Data)를 설립했다. 도로에 설치된 교통량 측정 장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해 지자체에 판매하려는 시도였지만,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던 탓에 사업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프로젝트를 정리했지만, 이 실패를 통해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를 실제 환경에 맞게 구현하고, 기술은 결국 ‘사용 가능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트래프오데이터의 실패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를 설계하는 데 출발점이 됐다.
한계를 인정한 비즈니스 전환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는 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짧은 성공의 경험을 맛보기는 했지만, 곧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유통에 기반한 모델로는 더 이상의 확장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 넷플릭스는 기업들이 쉽게 버리지 못하는 태생적 DNA를 끝까지 고집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과감한 시도로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이후에는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최근 넷플릭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동시 제작과 로컬 콘텐츠 강화, 게임과 라이브 콘텐츠 등 새로운 영역을 실험하고 있다. 하나의 서비스 모델에 머무르는 대신 ‘시청 경험 자체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사진 출처 각 기업
#실패 #성공 #성장 #주부생활 #주부생활매거진
Editor 유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