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37년 부부 관계, 드디어 마침표를 찍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리고 최 회장의 동거인으로 알려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불편한 관계가 일단락되었다.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된 재산분할 소송이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남았다.

수년간 떠들썩하게 진행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와중에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계정에는 본인의 일상은 물론 최 회장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까지 공개하며 세간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사실 김 이사장을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는 여전히 애매하다. 지난 10월 16일 대법원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며 두 사람은 법적으로 남남이 되었지만, 재산분할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SK그룹 창업주의 아들과 대통령 딸, 그리고 한때 세기의 만남이라고 불렸던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이 파경에 이르기까지 결정적 트리거 역할을 한 김 이사장. 20년 가까이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세기의 만남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5년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났다. 두 사람은 해외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의 교제 끝에 1988년 결혼에 골인했고, 두 딸과 아들을 낳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화목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그사이 최 회장은 아버지인 최종현 창업주가 1998년 사망하면서 SK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미술관 관장을 맡아 활발히 대외 활동을 이어갔다. 부부는 위기도 함께 넘겼다. 2003년 최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것.
하지만 실질적인 철창 생활은 6개월에 불과하다. 항소 후 보석으로 풀려났고, 2005년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2008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사이 노 관장은 세 자녀를 키우는 일에 전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 간의 불협화음은 감지되지 않았다.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대략 2006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이후다. 출소는 했지만 분식회계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던 시기다. 두 사람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최 회장이 출소 이후 필라테스를 하다가 필라테스 강사였던 김 이사장을 만났다는 얘기 등 다양한 ‘설’이 난무하지만 그중 확인된 것은 없다.
최 회장은 2009년 5월부터 만남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2024년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는 옥중 편지 등 여러 정황상 그보다 일찍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항간에 알려진 바로는, 최 회장이 2006년 미국 뉴저지주에 있던 김 이사장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2007년부터는 노소영 관장으로부터 ‘김희영이 누구인지, 또 어떤 관계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최 회장은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서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관계’라는 설명으로 에둘러 해명했다고. 그러다 최 회장이 2007년 8월, 노 관장과 세 자녀가 함께 거주하고 있던 보스턴 집에 방문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 가정을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며 부부 사이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하필 그때가 큰딸의 생일이었다.
2009년 즈음에는 이미 실질적인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고, 그 이듬해 최 회장은 김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딸까지 얻었다. 김 이사장이 전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해 이혼 판결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둘의 진실된 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표면적인 결과만 보면 각자 아내와 남편을 외면한 채 혼외자까지 낳은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노 관장은 2009년 유방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하고, 2011년에는 림프절 전이 판정을 받을 만큼 상황이 처참했다.
뒤늦게 찾은 사랑, 숨길 생각 없었던 최태원 회장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관계는 복원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11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김 이사장과 그녀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사실이 노 관장에게 들통나자 또다시 ‘그냥 지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최 화장은 일방적으로 집을 나와 SK그룹 사옥 집무실에서 숙식하기 시작했다. 부부가 별거 생활을 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던 중 최 회장은 다시 한번 옥고를 치렀다. 무속인 김원홍 씨에게 투자금을 맡겼지만, 계속 손실이 나자 회삿돈을 빼돌리다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것이다.
이 일로 최 회장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 노 관장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참회의 편지는 아니었다. 자신이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게 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해서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동거녀와 딸이 있고,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2015년 최태원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출소하자마자 한 일은 국내 한 일간지에 동거녀와 딸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일이었다. 편지 내용의 골자는 이랬다.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 성격 차이 때문에 노소영 관장과는 십 년이 넘게 골이 깊은 생활을 했다. 성경 공부 등 종교 활동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 관장과 이혼을 논의하던 중에 김 이사장을 만났고, 딸을 낳았다. 하지만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겪으면서 공개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라도 공개하고, 만인의 축복을 받지 못하게 된 딸과 딸의 엄마를 챙기려 한다.”
그리고 2017년 결국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법률적으로는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 배우자였다. 유책 배우자의 이혼소송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노 관장은 그 시기에도 최 회장 고모 생일이나 작은아버지 팔순 등에 참석하는 등 시댁 대소사에 빠지지 않았다.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대법원 일부 파기환송으로 이혼은 확정, 재산분할이 관건
그렇게 버티던 노 관장이 마음을 바꾼 것은 2019년 즈음이다.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함께 공식 행사에 참석하면서부터다. 최 회장은 동거녀와 혼외자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기는 했지만, 당사자인 김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9년 5월 SK그룹은 최 회장의 제안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돌아보는 ‘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에 주요 파트너사였던 티앤씨재단의 김희영 이사장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의미심장한 말도 꺼냈다. “나(최 회장)는 공감 능력이 제로인 냉혹한 기업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슴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때 나와 정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돈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잘못 산 것 같았고, 그런 차원에서 영리 기업도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이다. 자신과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이 누구인지 콕 집어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김 이사장을 언급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티앤씨재단은 최 회장의 영어 이름(Taewon)의 앞 글자인 ‘T’와 김 이사장의 영문 이름 클로이(Chloe)의 ‘C’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최 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20억 원을 투자했고, 2018년 1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후 김 이사장은 포도뮤지엄 전시 총책임자로도 활동했다. 이혼조정 신청에 침묵하던 노 관장은 그해 12월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반소를 제기했다. 본격적인 이혼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2022년 진행된 1심에서는 최 회장 측이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55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SK그룹이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노 관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024년 5월 진행된 2심에선 판이 뒤집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 일가에게 건넨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주장한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위자료 20억 원에 재산분할 금액은 1조3808억 원이 선고되며 노 관장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에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다며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16일, 대법원은 재산분할에 관련된 부분만 원심파기 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일부 파기환송)하고 위자료 20억 원을 비롯한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재산분할과는 별개로 두 사람에 대한 이혼을 확정하면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이제 법적으로도 완전한 남남이 되었다. 2006년부터 근 20년간 이어온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리고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얽히고설킨 악연은 이제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재산분할에 대한 1심과 2심의 선고가 극명하게 갈린 만큼, 이제 세간의 관심은 두 사람의 재산분할로 쏠릴 예정이다. 하지만 그 규모와는 상관없이 재벌가와 권력층 가문의 결합이라는 세기의 만남은 결국 새드 엔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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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주부생활 취재팀
Courtesy of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