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품고 시간이 익힌 맛


먹방 투어러들에게 제천은 숨은 진주 같은 곳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속 깊은 맛과 정취를 묵묵히 지켜온 오래된 식당들만 둘러봐도 하루가 훌쩍 간다.





대추나무집


제천 의병대로, 오래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대추나무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120년이 넘은 고택에서 시작한 이곳은 하숙집으로 운영되던 공간이 1979년부터 ‘소고기 로스구이 정식’으로 손님을 맞으며 한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대추나무집의 상차림은 한 끼 식사라기보다 작은 연회에 가깝다. 소고기 특수 부위를 구워 주는 로스구이 정식을 주문하면 제철 나물과 반찬이 15가지 이상 차려진다. 나물은 모두 무농약 재료를 사용하며, 밥은 12가지 잡곡을 더해 작은 압력밥솥으로 짓는다. 고기는 직접 짠 들기름을 살짝 둘러 구워내며, 김칫국이나 탕류엔 재첩으로 낸 육수를 사용해 감칠맛을 더한다. 대추나무집의 또 다른 매력은 공간이다. 벼락을 맞고도 살아 있는 대추나무, 30년 넘게 얽히고설켜온 장미 넝쿨, 오랜 세월 덧붙인 벽지, 세월을 머금은 에어컨, 그리고 장독대까지 시간이 머무는 듯한 정취가 곳곳에 묻어난다.


📍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12길 15



두꺼비식당


2003년 문을 연 ‘두꺼비식당’은 제천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매콤한 등갈비찜과 고슬고슬한 곤드레밥으로 이름을 알렸다. 방송에도 출연하고, 분점도 여럿 생겼지만 본점은 여전히 제천 의림동 골목 한가운데에서 손님을 맞는다. 양푼 안에서 보글보글 조려지는 등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 미리 익혀 내오는 갈비를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 방식이다. 국물이 자작해질수록 고기와 양념이 한 몸처럼 어우러진다. 이때 찬으로 나온 떡과 콩나물을 넣어 함께 끓이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밥상 위 조연들도 만만치 않다. 고소한 곤드레밥은 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기 좋고, 얇게 부쳐낸 메밀 배추전은 등갈비를 기다리는 동안 입맛을 돋워주는 훌륭한 애피타이저다. 콩나물을 양념에 찍어 먹거나 전을 국물에 살짝 적셔 먹는 것도 별미. 등갈비찜을 먹다 보면 “밥 추가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두꺼비식당의 빨간 국물은 ‘밥도둑’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20길 21


 


샌드타임


제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샌드타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토스트 스타일의 샌드위치로 이름난, 제천 시민들의 대표적인 ‘최애’ 맛집이다. 신선한 재료, 든든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반겨주는 주인장의 미소 덕분에 여전히 찾게 되는 곳이다. 샌드타임의 샌드위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치즈, 햄, 달걀, 토마토, 양상추, 피클까지 정성스레 겹겹이 쌓은 ‘샐러드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 살짝 구운 식빵 사이에 딸기잼과 치즈를 넣은 ‘치즈잼 토스트’ 역시 단골들이 자주 찾는 인기 메뉴다. 매일 아침 구워 내는 우유식빵과 시럽을 넣지 않은 제철 과일 주스, 진한 커피까지 더해지면 평화로운 브런치 타임이 완성된다. 에그햄 샌드, 불고기 샌드, 샐러드 모둠 샌드, 키위 주스, 딸기 주스, 토마토 주스, 요거트와 스무디까지 메뉴도 다양해 식사 대용으로도, 가벼운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 충북 제천시 독순로 64


 


구산복집


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흔치 않다. 더군다나 제천처럼 산에 둘러싸인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구산복집’은 제법 특별한 존재다. 밀복, 참복, 활복까지 다양한 종류의 복을 다루며 지리탕, 매운탕, 복수육, 복튀김, 복찜 등 메뉴도 풍성하다. 대표 메뉴는 복불고기정식. 푸짐한 복 고기에 버섯, 감자, 미나리 등을 넉넉히 넣고, 은은하게 간한 양념으로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한다. 끓인 뒤 바로 먹어도 좋지만, 채소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면 맛이 훨씬 깊어진다. 정식에 함께 나오는 밀복지리탕도 인상적이다. 맑고 개운한 국물은 전날의 과음도 말끔히 씻어낼 만큼 시원하다. 별도로 주문 가능한 복튀김 역시 인기다. 두툼한 복어 살이 가득한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촉촉해 순살치킨을 연상시킨다는 손님도 많다. 무엇보다 인심 좋은 밑반찬이 구산복집의 또 다른 매력. 양념게장, 복껍질무침, 달걀말이까지 기본 반찬이 한 상 가득이다. 건강하게, 배부르게, 그리고 맛있게. 세 박자를 모두 갖춘 한 끼가 궁금하다면, 구산복집은 아주 좋은 선택지다.


📍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12길 34



제천황기명태


제천 신월동에 자리한 ‘제천황기명태’는 건강한 매운맛을 한 그릇에 담아낸다. 황기와 당귀를 우려낸 육수로 밥, 찬, 조림까지 모두 만드는 이곳은 자극적인 조림이 아닌 깊고 순한 매운맛을 추구한다. 그 안에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힘은 결국 ‘양념’에 있다. 대표 메뉴는 황기명태조림. 통통한 명태를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우러진 고추, 쫄깃한 쌀떡과 함께 끓여낸다. 여기에 돌김 한 장을 꺼내 밥, 명태, 콩나물, 양념고추를 함께 싸 먹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매콤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주문할 땐 “고추 많이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도 많다. 그만큼 이 집 매운맛의 핵심은 통고추. 양념 속 고추가 조림에 진한 풍미를 더하고, 콩나물과 돌김이 이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황기명태조림 외에도 숙성생선구이, 명태통마리전 등 선택의 폭도 넓다. 건강식의 틀 안에서 매운맛의 매력을 오롯이 살린 제천황기명태는 ‘몸에 좋은 중독성’을 지향한다.


📍 충북 제천시 용두대로26길 13

 



제천명물 빨간오뎅


제천은 빨간오뎅의 ‘원조’다.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시장 골목 어디에서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철판과 나란히 꽂힌 어묵꼬치들을 만날 수 있다. 제천에선 매년 ‘빨간오뎅 축제’가 열릴 만큼 빨간오뎅은 오랜 시간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천명물 빨간오뎅’은 그 수많은 가게 중에서도 손꼽히는 오래된 집 중 하나다. 중앙시장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늘 줄이 끊이질 않는다. 넓적한 어묵을 나무꼬치에 접어 꽂고, 자작한 고추장 양념 속에서 자글자글 끓여낸다. 그 위에 송송 썬 파를 솔솔 뿌려 마무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다. 양념은 살짝 맵지만 달달하고, 물리지 않는 감칠맛이 있다. 떡, 달걀, 김밥 등과 함께 곁들이기 좋고 가격도 부담 없어 아이들 간식으로도, 어른들의 추억 간식으로도 제격이다.


📍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18길 2



덩실분식


덩실분식’은 분식집이라지만 김밥도, 떡볶이도 없다. 대신 찹쌀떡과 도넛이 전부. 단 두 가지 메뉴만으로 반세기 넘는 시간을 꿋꿋이 지켜온 덩실분식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1965년 문을 열며 ‘세상의 모든 이가 덩실~’ 춤출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에서 ‘덩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3대째 이어오며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빚고 튀겨낸다. 대표 메뉴는 단연 찹쌀떡. 국내산 찹쌀로 만든 반죽은 쫀득하고, 그 속을 채운 팥소는 흔히 먹는 찹쌀떡과는 다르다. 덩실분식은 단맛을 줄이고 고소한 맛을 살린 ‘거두 팥’으로 팥소를 만든다. 거두는 일반적인 적두보다 색이 짙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고급 품종. 그래서인지 한입 베어 물면 단맛보다 담백한 팥의 깊은 풍미가 먼저 느껴진다. 도넛도 찹쌀떡만큼 인기다. 반죽에 막걸리와 쌀뜨물을 넣어 천천히 발효시킨 덕에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팥이 들어간 덩실팥도넛, 소 없이도 쫄깃한 덩실링도넛, 어떤 걸 골라도 만족스럽다.


📍 충북 제천시 독순로6길 5


 


삼소라


제천 중앙시장에 자리한 경양식집, ‘삼소라’. 1990년 문을 열고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다. 돈가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식사 메뉴는 한결같은 맛과 푸짐한 양으로 오랜 시간 제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대표 메뉴는 단연 돈가스. 접시를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크기에 부드러운 식감, 소스는 산미가 살짝 감도는 가벼운 맛이라 끝까지 물리지 않는다. 돈가스 위엔 아낌없이 얹은 소스가 자박하게 배어 있고, 곁들여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샐러드는 기본 구성이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럽다. 덮밥, 볶음밥, 쫄면처럼 경양식집에선 보기 드문 메뉴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삼소라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절한 응대, 가성비 좋은 가격,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맛. 대단한 비법 없이도 오랜 단골이 생기는 이유를, 삼소라에 가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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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한별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