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열심을 응원하다💙 

목표, 성과 혹은 개인의 성취나 안위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다정함, 함께함, 응원 같은 말은 쉽게 뒷전으로 밀린다. 이런 말들은 정말 아무 힘이 없는 걸까.

마케터 서은아는 상대를 헤아리는 따뜻한 시선과 온화한 응원이 이끌어내는 긍정 에너지와 의미 있는 변화를 몸소 겪으며 우리에게 한결같이 다정한 손길을 내민다.


책 «응원하는 마음»과 «매일의 영감 수집»을 쓴 작가이자 마케터 서은아는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글로벌 플랫폼 M사의 동북아시아 및 호주/뉴질랜드 마케팅 총괄로 일하고 있다. 언제나 그녀는 혼자 앞서가기보다 함께 오래도록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항상 다정한 응원이 함께한다. 동료나 후배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들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때로는 불끈 자신감을 독려하기도, 때로는 사려 깊은 위로를 건네기도 하며 언제나 주변인을 자처한다. 하지만 되려 사람들은 그녀를 함께하고 싶은 리더라 말한다. 동시에 그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기꺼이 뛰어드는 삶의 탐험가이자 누군가에게는 고민을 토로하고 싶은 큰언니이며, 딸에게는 세상의 수많은 길을 보여주는 최고의 롤모델이자 친구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다정함’이라는 심도 깊은 에너지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하다.


자신을 소개할 때 ‘응원대장 올리부’ ‘다정한 관찰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다정함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딱히 의식하며 쓴 말은 아니에요. 질문지를 보고 깨달았어요. 제가 ‘다정’이란 단어를 참 자주 쓰더라고요.(웃음) 3년 전 집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하면서도 ‘프로젝트 다정’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제가 다정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기대는 것은 아마 아버지가 주신 온기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가족들에게 무척 애틋하셨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빈 공간을 볼 때마다 마음이 허전했는데, 무뚝뚝하지만 다정하셨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족들 각자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프로젝트 다정’의 중요한 목표였어요. 스스로 ‘관찰자’라고 정의하는 것에도 다정함이 묻어 있는 것 같아요. 관찰은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잖아요. 다정한 관찰은 비평적·비판적 시각 대신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일 아닐까요. 단순한 예로, 저는 문서에서 오탈자를 참 잘 찾는 편인데, 오자를 발견하면 ‘꼼꼼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많은 글을 밤새워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부터 떠올려요. 질책보다는 함께 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다정함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 대단하거나 거대하지는 않죠. 동료의 어깨가 평소보다 처졌을 때, 호흡이 조금 가쁘다 싶을 때는 그냥 흘려보내거나 놓치지 않고 등을 토닥인다거나 하는 작은 행동을 하는 거예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단단한 마음을 전하는 거죠. 얼핏 보기에는 별것 아닌 듯하지만, 그런 것들이 때로는 위안이나 동력, 회복할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 저한테 다정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타인의 가라앉은 기분, 컨디션이나 상황을 알아채긴 쉽지만 다정한 응원을 보내기는 쉽지 않잖아요.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세 자매 중 맏이인데, 어려서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어요.(웃음)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니라 동생들과 같이 잘해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셨죠. 당시에는 억울한 순간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함께 잘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또 그게 제 성향과도 잘 맞아서 중고등학교 내내 반 친구들에게 정리한 노트들을 빌려주기도 하고 방과 후 학교에 남아 같이 공부하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을 응원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게 습관이 되었고, 그렇게 응원하고 지지하며 성장한 사람들이 결국 저의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일과 삶의 영감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서은아의 책들.

이 세상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에게 응원과 애정을 보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딸아이를 낳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어요. 이전까지 즐겁고 자유롭게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면,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옳은 삶인가?’ 고민하게 되었죠. 이전 직장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연사로 초청된 어느 여성 리더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다가 귀국 후 리더가 된 분이었는데, “30년간 단 하루도 게을러본 적이 없다”며 “자신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남편을 위해 아침을 차리고 와이셔츠를 다리는 것이 큰 행복이자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했어요. 지금은 그분의 성공을 ‘단단하게 쌓아 올린 아침 시간의 힘’이라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본인의 성공을 모두 남편 덕분이라고 얘기하는 모습에 무척 당황했어요.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미래에 내 딸이 이러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방법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했죠. 결국 사회는 개개인이 모여 만드는 것이니까, 나부터 버텨보고 또 주변 여성 동료들을 더 힘껏 응원해야겠다고 그때 처음 다짐한 것 같아요. 제 아이에게 학업이나 직업 등 어떤 성취를 바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이런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 하는 이상향 같은 것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그걸 말로만 전하는 대신 제 스스로 그렇게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마주했던 성 역할에 대한 시대적 편견과 갈등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흔들리지 않으려 했죠. 딸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일이나 개인의 성장,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 등으로 힘들어하는 여성 동료, 후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세상에는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도 많지만, 저와 비슷한 고민과 갈등에 빠진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자극을 얻으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러한 다정함을 통해 맺은 관계나 성장한 개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몇 해 전 회사 최종 면접에서 두 친구를 만났어요. 한 친구는 젊고 능력이 입증된 싱글이었고, 다른 한 친구는 아이를 키우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워킹맘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픈 까닭에 일을 잘하는데도 주춤거리는 상황에 놓여 있었어요. ‘이 친구가 조금만 지지를 받으면 잘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죠. 결국 저희 팀에 들어와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하필 당시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이 친구가 종일 집 베란다에 숨어서 몇 년을 일했어요. 엄마가 집에 있으니 아이가 종일 엄마를 찾았거든요.(웃음) 여름엔 무더위를 참고, 겨울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화상으로 지켜봤죠.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지와 응원뿐이었어요. 그 시간을 버틴 그녀는 지금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일하고 있어요. 온 가족이 기꺼이 그녀를 지지하고 따라간 거죠. 본인이 원하던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어요. 제가 “팀장으로서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물으면 이 친구는 항상 “제가 올리부 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라고 되물어요. 팀장으로서 이보다 더 든든한 지지가 있을까요?


온기가 퍼지듯 다정함을 베풀면 결국 내가 따뜻해지는 거네요. 국제여성의날인 지난 3월 8일에도 워킹맘들과 함께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고요.

어느 순간부터 여성의날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어요. 스스로 삶을 정진하자는 다짐이자 누군가를 위한 응원의 날이거든요. 작년에 코스메틱 브랜드 랑콤에서 워킹맘을 위해 진행한 행사에 연사로 선 일이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응원과 위로가 된다는 데 큰 감동을 받았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올해 여성의날은 저와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 직접 특별한 날을 만들어보자고 계획했어요. 행사 7주 전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밤 10시에 온라인에서 모여 갖가지 얘기를 나누며 워킹맘을 위한 토크쇼를 기획했어요. 일하는 엄마들이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며,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이었죠. 커리어, 일과 가정 양립, 성과, 관계까지 전부 다요. 이른 아침부터 큰 짐을 나르며 힘껏 행사를 도와준 남편들부터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눈 모든 참가자들까지 잊지 못할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어요. 미혼이지만 행사에 참가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 내년에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봄 응원단’을 만들어서 워킹맘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하려고요. 우리 모두는 엄마에게서 출발한 존재이자 직접 엄마가 되거나 엄마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들이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어요.


이렇게 누군가를 힘껏 응원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튼튼해야겠죠. 일과 가정, 개인의 성장, 타인을 응원하기 위한 여백의 시간까지 모두 이루어내기 위해 몸과 마음의 건강은 어떻게 지키나요?

매 순간 열심히 사는데, 잠들 무렵이면 이유 모를 갈증을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제 삶에 가족과 팀원을 위한 시간은 있어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렇게 내 시간이 계속 없다가는 무너지기 쉽겠다’는 생각했고, 당장 10분이라도 어디에 숨어 책을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조금씩 제 시간을 만들었고 이제는 밤마다 책상에 앉아요. 저는 그 시간을 ‘나를 지키는 책상의 시간’이라 불러요. 글을 쓰기도 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죠. 또 한 번에 50분씩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운동을 해요. 사실 제 개인 시간은 언제든 가장 타협하기 쉬운 시간이 되곤 하니까, 비용을 지불하고 운동 강습을 받으면서 강제적으로 제 시간을 만드는 거죠. 또 한 해 전반을 굉장히 규칙적으로 운영해요. 일례로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해 무조건 엄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일러주고, 회사의 큰 프로젝트가 끝나면 긴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죠. 루틴을 통한 예측 가능성은 저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안정감을 주어요.


마지막으로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모두가 서로의 잠재력을 믿고 응원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다정함이란 결국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데서 시작하거든요. 서로를 다정하게 응원하고 지지하면, 그 힘이 결국 모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어요.



" 사람들은 모두 태어나는 순간 리더예요. 나보다 늦게 누군가가 태어나는 순간 앞자리에 서게 되거든요.

제 경우 회사 안팎에서 리더 역할을 할 때마다 엄마로서 마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좋은 리더의 자질과 엄마가 지닌 잠재력은 많이 닮았거든요. 특히 다정함이 그렇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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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