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고 메모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 ✏️
자극적인 뉴스 속에서 우리는 진짜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인스타그램 계정 ‘6DP’에 흥미로운 기사와 의견을 남기는 진예정은 “신문이야말로 깊이 있는 사고를 돕는 도구”라고 말한다.
“사람한테 생각을 빼면 뭐가 남을까요?” 인스타그램 ‘6DP(@6days.paper)’를 운영하는 진예정은 질문과 함께 신문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도구라고 말한다. 온라인 뉴스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알고리즘이 개인의 관심사를 결정한다. 그 결과, 우리는 비슷한 논조의 기사만 접하거나 자극적인 뉴스에만 반응하게 된다. 반면, 신문은 정리된 정보와 맥락을 제공한다. 빠르게 스크롤하며 흩어진 정보들을 소비하는 대신, 밑줄을 긋고 메모하며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매체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큐레이션하는 진예정에게 신문은 단순한 뉴스 전달이 아닌, 사고의 틀을 확장하고 편향된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도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6DP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순한 정보 소비를 넘어 매일 신문을 읽고 공유하는 습관을 들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6DP를 시작한 계기는 직장 3년 차쯤 찾아온 슬럼프였어요. 대학생 때는 공모전이나 대외 활동을 하면서 뭔가 계속 쌓아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점점 고갈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상황을 바꿔보고자 대학 시절 즐겼던 활동을 다시 해보기로 하면서 떠올린 것이 신문 읽기였어요. 대학생 때 신문을 읽으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마침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던 터라 신문 기사를 정리해 올려봤어요. 생각보다 신문 기사가 이미지 중심의 SNS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처음에는 개인 계정에 올리다가, 친구들이 흥미로워해서 ‘아예 따로 계정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 달쯤 혼자 기록하다가 계정을 오픈했고, 그게 바로 6DP의 시작이었어요.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생긴 가장 재미있는 습관이나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나요?
혹은 신문 덕분에 얻게 된 능력이 있다면요? 신문을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읽는 습관’이 생겼어요. 책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다루게 되잖아요.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려면 신경이 쓰이는데, 신문은 매일 새로 오니까 부담 없이 자유로이 읽을 수 있어요. 밑줄도 긋고, 낙서도 하고, 생각나는 걸 바로 적어두면서 훨씬 능동적으로 읽게 됐어요. 이런 방식이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단순히 읽고 지나가지 않고 내 방식대로 정리하고,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면서 읽으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신문 덕분에 얻은 가장 큰 능력은 ‘읽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익힌 것이 아닐까 싶어요.
모바일과 온라인 뉴스가 주를 이루는 요즘, 종이 신문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역할을 한다고 보나요?
가장 큰 차이는 편집의 힘이에요. 디지털 뉴스도 편집을 하겠지만, 종이 신문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르죠. 한 장씩 넘기면서 예상치 못한 주제의 기사들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반면, 디지털 뉴스는 알고리즘 추천과 인기 기사 중심으로 소비되다 보니 자극적인 뉴스에 쉽게 노출되고 특정 주제에만 집중되기 쉬워요. 특히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죠. 실제로 사건·사고 비율은 매년 비슷하지만, 특정 이슈가 집중적으로 보도되면 세상이 더 불안정하다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신문은 이러한 편향성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요.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 정보의 맥락을 제공하고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 매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뉴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종이 신문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러 신문을 읽으면 같은 사건도 매체별로 다르게 다룬다는 걸 실감하게 돼요. 어느 매체에서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다른 매체에서는 저 부분을 부각시키는 차이를 보게 되죠. 또 신문 구독료가 아까워서라도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기사까지 읽게 되는 효과도 있어요. 경제나 정책 기사처럼 평소라면 안 읽었을 내용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신문은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뉴스와 달라요. 클릭하지 않아도 중요한 뉴스가 눈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정보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돼요.
신문마다 같은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상반된 시각을 접하는 것이 뉴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뉴스의 본질이 ‘속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생각할 기회를 얻는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같은 사건이라도 제각각 강조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보니,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돼요. 물론, 다양한 관점을 접하는 것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흔히 뉴스에서 ‘누가 맞고 누가 틀린가’를 가리려고 하지만, 사실 뉴스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고하는 계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알고리즘이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제공하는 시대예요. 고민할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받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이런 환경이 오히려 생각하는 능력을 퇴화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고민할 필요 없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생각을 멈추는 순간 놓치는 것도 많아질 거예요. 정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계속 생각하는 것,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는 종종 어떤 정보를 접하면 그것이 전부라고 여기지만, 사실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죠.
알고리즘 기반 뉴스 소비와 신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첫째, 알고리즘 뉴스는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특정 분야만 추천하기 때문에 사고의 폭을 좁힐 위험이 있어요. 같은 주제의 뉴스만 반복적으로 소비하다 보면, 마치 그것이 세상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죠. 둘째, 알고리즘 뉴스는 특정 논조만 소비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요. 비슷한 성향의 기사만 접하다 보면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쉽게 단정 짓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되죠.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종이 신문은 다양한 주제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기사도 자연스럽게 읽게 되고, 다른 논조의 기사도 함께 접하면서 좀 더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실시간 속보 경쟁이 치열한 요즘, 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심층성 있는 정보 제공’이에요.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온라인 뉴스와 달리, 신문은 일정 시간 동안 정리한 내용을 담아요. 그 짧은 시간 동안 기사를 다듬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연속성’이에요. 신문은 책처럼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이어지는 매체잖아요.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슈를 지속해서 따라갈 수 있어요. 온라인 뉴스는 새로운 사건에 기존 이슈들이 묻히지만, 신문은 한정된 지면에 꼭 필요한 뉴스를 배치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을 놓치지 않고 계속 접할 수 있죠.
디지털 환경에서도 깊이 있는 뉴스 소비 습관을 들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는 종종 어떤 정보를 접하면 그것이 전부라고 여기지만, 사실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죠. 뉴스든 칼럼이든 논조가 조리 있게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절대적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따라서 다양한 시각을 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또한 ‘더닝-크루거 효과’처럼, 조금 알게 되고 나서 모든 걸 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돼요. 문제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지점’에서 멈춘다는 것이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깊이 있는 뉴스 소비 습관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신문 읽기를 시작하려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신문에 있는 모든 글자를 읽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부담이 훨씬 줄어요. 처음에는 헤드라인과 부제목, 리드 멘트 정도만 훑어보면서 오늘 어떤 뉴스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아요. 그런 다음 관심 있는 기사를 선별해서 읽는 방식을 추천해요. 또 하나 중요한 팁은 밀린 신문을 무조건 다 읽으려 하지 말 것! 예를 들어, 수요일이 됐는데 월요일, 화요일 신문을 못 읽었다면 그냥 수요일 신문부터 읽고, 시간이 나면 이전 날짜 신문을 가볍게 훑어보는 게 좋아요. 신문 읽기는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나만의 리듬을 찾으면서 꾸준히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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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한별
Photographer 박나희 Illustration Ghariza Mahavira(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