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도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 강주은 👍



화이트 블레이저 재킷을 입은 강주은의 화보이미지화이트 블레이저 재킷 OEUVA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11월 시작한 유튜브 채널 ‘깡주은’이 벌써 구독자 15만 명을 돌파할 만큼 반응이 뜨거워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과연 해도 되는지,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괜히 욕먹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홈쇼핑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3시간 동안 하는 회의와 2시간 하는 생방송에 유튜브 관련 회의와 촬영이 더해졌어요.


환한 미소와 엘레강스한 말투에 대한 댓글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긍정적인 에너지, 우아한 분위기는 타고났나요?

사실 처음에는 기분이 좀 안 좋았어요. ‘엘레강스하다’는 말 안에 뭔가 꾸민 듯하고 과장된 느낌이 들었거든요. 각자 남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내 모습이 있잖아요. 제 이상형은 싹싹하고 털털한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남편도 저에게 걸을 때 음악이 흐르는 듯하다고 해요. “그럼 내가 어떻게 걸어야 할까?” 되묻죠.(웃음) 저의 조심스러운 성향이나 우아한 엄마의 영향도 있을 거예요. 커가면서 본 사람들에게 받은 자극과 영향도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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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서로의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란에 ‘나의 반쪽 최민수’ ‘강주은의 껌딱지’라고 적어둔 것을 봤어요. 30년 넘게 함께한 세월이 그대로 전해지는 말 같아요.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오늘 같은 날이 올지 전혀 몰랐어요. 오히려 이건 아니다 싶은 때가 더 많았죠. 둘 다 초보 부부로 만나 남편 덕분에 제가, 제 덕에 남편도 철이 들었어요. 처음엔 서로에게 엄청 기대를 하다 보니 자주 실망을 했어요. 그런데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우리가 배워가고 있구나, 이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며 서로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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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됐던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이라는 말 안에 금전적인 부분 이상의 깊은 뜻이 들어 있다며 해명하기도 했어요. 그건 부부로서의 믿음을 의미하겠죠?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자는 약속이죠. 상대의 제일 못난 면까지 사랑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해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것들에 부딪혀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거예요. 결혼한 모든 부부를 보면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자신의 장점으로 ‘인내’를 꼽기도 했어요. 참는 것이 재산이고 언젠가 쓸 재료라고요. 참고 견디는 자세에 대해 묻고 싶어요.

무조건 참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도 결혼하면 서로 나눠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나는 없고 상대만 챙기고 있어요. 저는 남편 덕에, 또 자식 덕에 천 번 죽는 연습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지점에서 항상 생각하는 건 마음속 얘기를 모두 쏟아내면 잠시나마 기분은 해소되더라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나중에 비슷한 순간이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할 재료로 삼는 거죠. 나에게 생긴 불편한 재료들로 우리의 삶을 조리 있게 요리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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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소통법을 담은 책 «내가 말해 줄게요» «강주은이 소통하는 법»을 펴낸 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듯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좋은 면을 찾아내려고 해요. 너무나 악몽 같은 사람을 만났어도 마찬가지예요. 그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먼저 긍정적인 말, 좋은 얘기를 건네죠.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 노력하고요. 저는 다른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 사고에 맞지 않더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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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은의 인생 철학과 신념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교육법일 테고요. 두 아들이 어엿한 성인이 될 때까지 특히 신경 쓰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물론 우리 아이들이지만 소유하려고 하면 안 돼요. 부모로서는 자녀의 인격체를 완전히 존중해주기가 참 어려워요. 내가 해내지 못한 일과 욕망을 자녀가 이뤄주기를 바라는 본능이 있거든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본인이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에게 나왔지만 그래도 너는 너다’라는 마음을 끊임없이 되새겼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정신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100%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스스로 경험해야 하죠.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편과 완벽한 한 팀이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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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홈쇼핑을 시작할 당시 대본을 통째로 외우며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성격인가요?

홈쇼핑도 유튜브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분야라 시작 전에는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한 곳을 찾고 그곳에서 벗어나면 굉장히 불안해하잖아요. 하지만 사실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어차피 살아가다 보면 뜻밖의 상황이나 원치 않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를 인식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에요. 뜻이 있으면 다음 단계가 이어지겠죠.


트롱프뢰유 프린트가 적용된 드레스 L’EAU ET /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음가짐과 달리 외부 요인으로 인해 지치고 힘든 시기가 찾아오기도 하잖아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혼자 차 타고 음악을 크게 듣거나 날씨가 좋을 땐 한강에 나가요.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도 저에게는 힐링이에요.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생각을 비워내는 거죠. 저는 확실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존재예요.


그래서인지 유튜브 구독자 ‘깡쥐’들에게 코스트코 애정템, 직구 추천템을 소개하기도 했죠. 일에도 가정에도 완벽한 올라운더의 장보기 노하우가 궁금해요.

주방에 지금 어떤 재료가 떨어졌는지, 언제 무엇이 필요한지, 어디에서 구매할지가 항상 머릿속에 있어요. 코스트코를 자주 가지만 24시간 문을 여는 하이웨이마트는 적은 양을 급하게 사야 할 때 들러요. 이태원의 포린푸드마트에선 외국 음식 재료들을, 한남동 한스앤그레텔에선 다양한 햄과 치즈류를 구매해요.


트롱프뢰유 프린트가 적용된 드레스 L’EAU ET /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개월 차 새싹 유튜버의 알고리즘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뜨나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요리 콘텐츠가 제일 많이 떠요. 특히 케이크, 쿠키, 빵 만드는 베이킹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요. 전문 파티시에처럼 만들고 싶은데, 가족 모두 식단 관리하느라 마음 놓고 빵을 먹을 수 없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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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생처음으로 본 사주에서 올해가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을 들었잖아요.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소망과 목표가 있다면요?

유튜브 콘텐츠로 본 사주에서 참 고마운 말을 들었지만, 솔직히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잖아요. 앞으로 잘되려면 내가 열심히 해야죠. 여태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대로 하는 거예요. 좋은 일이든 아니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탄력을 유지한 채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뿐이에요. 인생에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어요. 좋은 일이 생기면 또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죠. 기대하는 것 없이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돼요.



주부생활 3월 호 표지  강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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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ditor 박유은

Feature Editor 전혜라

Photographer 김선혜